임의 격리·강박, 관리의 편의성·행동문제 처벌 목적으로 이용돼
“복지부 지침, 정신건강복지법 취지 부합하도록 개정해야”
“도심 밀집지역 폐쇄병동 환경, 코로나19에 취약”… 최저 시설환경 기준 필요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 인권위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 인권위

최근 한 정신병원에서 전문의 지시 없이 정신장애인을 격리하는 등 인권침해 제보가 잇따르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에 시설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및 ‘격리 및 강박 지침’ 개선을 8일 권고했다. 

“복지부 지침, 환자 관리 편의성·행동문제 처벌 목적으로 활용돼”

작년 1월, 정신의료기관 A정신병원에서 미성년 여성환자 등을 포함한 다수의 환자를 의사의 지시 없이 부당하게 격리시켰다는 등의 내용이 내부고발을 통해 인권위에 진정됐다. 

인권위가 A정신병원을 조사한 결과, 다수의 정신장애인이 격리 지시자·이유·기간에 관한 기록 없이 격리와 강박이 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병원은 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지침(아래 지침)’을 근거삼아 입원환자에 대한 투약이나 식사관리 등을 목적으로 일명 ‘안정실’이라는 이름으로 보호실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는 격리 및 강박을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협에 이르게 할 가능성과 다른 방법으로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뚜렷하게 판단되는 경우’에만 전문의의 지시 하에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복지부의 지침에서는 이 외에도 △기물 파손 등 병동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전문의가) 질병과 관련해 지나친 자극을 줄여 자타해 위험성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을 때 △환자가 스스로 충동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껴 강박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보호실 격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복지부 지침을 근거로 A병원뿐만 아니라 일선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환자의 안정실로 활용하고, 보호실을 환자 관리의 편의성이나 행동문제에 대한 처벌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정신건강복지법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개정하고, 보호실이 목적 외로 활용되지 않도록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도심 밀집지역 폐쇄병동 환경, 코로나19에 취약” 우려

A병원 폐쇄병동 입원실에는 창문이 없거나 있어도 열지 못해 환기를 못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인권위 조사결과, A병원은 도심 밀집지역에 있어서 실외 산책은 물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병원은 채광과 환기시설이 부족한데, 1인당 거실면적이 평균 4.5m²로 좁다. 6개월 이상 장기입원환자가 111명으로 전체의 50%이며, 이 중 1년 이상 장기 입원환자는 91명에 이른다. 

인권위는 “A병원과 같이 도심 밀집지역의 상가건물 전체·일부를 구입하거나 빌려 폐쇄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의료기관은 전국에 약 234개가 있다”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면역기능의 약화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고,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병에 취약해 집단감염·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복지부 장관에게 도심에 있고, 폐쇄병동을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채광 및 환기에 관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향후 민간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 개설 시 입원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 긴급사태나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최저 시설환경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