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뉴스]성소수자 인권 침해한 방송심의에 '키스'로 항의 > 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로 지적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여고생 키스 장면.

▲23일 방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무지개행동이 방심위에 「선암여고 탐정단」 중징계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무지개행동은 제재 대상이 된 「선암여고 탐정단」 장면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로 지난 3월 25일 방심위 심의 내용을 비꼬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 위원들이 청소년의 동성 간 키스 장면을 방영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연출 여운혁)에 대한 중징계를 예고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23일 최종 제재 수준을 논의하는 방심위 전체 회의를 앞두고 성소수자 단체가 징계 시도를 중단하라고 방심위에 촉구했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5명의 여고생이 벌이는 탐정 놀이를 담은 14부작 성장 드라마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방영돼 올해 3월 18일 종영됐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11화(2월 25일 방송), 12화(3월 4일 방송)에 등장한 여고생들의 키스 장면이 3월 25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 심의를 받으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심의에서 위원 5명 중 3명(김성묵 부위원장, 고대석, 함귀용 위원)이 동성애를 옹호, 조장한다는 이유로 중징계인 경고(벌점 2점) 처분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 심의에서 함귀용 위원은 “성소수자는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 동성연애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여고생 키스 장면은)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이나 옹호를 목적으로 삼고 제작됐다 할 수 있다. 방송 소재의 다양성을 인정해도 성 표현이 수용 수준을 넘은 만큼 법정제재는 불가피하다.”라고 밝혀 성소수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다만 나머지 2명은 동성애에 대한 표현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청소년의 성 표현 수위가 과도했다며 1명(박신서 위원)이 주의(벌점 1점), 1명(장낙인 상임위원)이 권고 처분을 요구했다. 이날 심의에서 징계 수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23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무지개행동이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이에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은 23일 방심위 전체회의를 한 시간 앞둔 오후 2시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징계가 성소수자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징계를 멈출 것을 방심위에 촉구했다.

특히 무지개행동은 기자회견 중 「선암여고 탐정단」의 키스 장면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해 지난 3월 25일 방심위의 심의 내용을 비꼬기도 했다.

무지개행동은 “3월 2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의 의사 내용이 알려진 후 방심위가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것은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라며 “동성 청소년 간 키스 장면이 방송에 등장했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을 심의 제재의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다. 또한 심의 내용마저도 위원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개인적 편견과 혐오를 표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무지개행동은 “방심위에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징계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방심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결정을 내릴 것인지, 이제라도 다양성과 성소수자 인권이라는 가치의 편에 설 것인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은 “방심위에서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국제법을 무시한 격이다. 이번 심의 결과로 방심위의 수준이 드러날 것”이라며 “우리는 심의 결과를 주시하고, (만약 중징계가 내려지면) 방심위의 수준을 국내외로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무지개행동은 방심위 전체회의를 방청하고, 심의 결과에 대한 대응을 준비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 심의에 앞서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등 인권변호사 4명도 방심위에 「선암여고 탐정단」 중징계가 위법이라는 법률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국제법, 헌법, 국내법 등 법령에서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 △동성애는 정상적인 성적 표현으로 선정성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 △동성애에 대한 국민 인식이 호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애 표현이 혐오감을 주지 않는다는 점 △방송심의규정에 방송의 공적책임으로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